청담 갤러리 투어를 하는 날에는 평상시 입는 옷보다는 안 입던 옷들을 꺼내 입으며 좀 더 깔끔하게 입으려고 합니다. 장소와 공간이 주는 분위기 때문인지 늘 좀 더 신경 쓰게 되는데, 갤러리 나우를 갈 때는 찐 맛집을 가는 기분으로 찾아갑니다. 갤러리 나우는 사진작가인 이순심 작가님이 오픈하신 갤러리로 초기에는 사진전을 위주로 하였지만 요즘은 신진작가부터 다양한 작가들의 전시를 합니다. 2024년 3월 7일 목요일부터 2024년 3월 29일 금요일까지 한 달 동안 홍원표 작가의 '바빠 유희'를 전시하였습니다. 갤러리 나우에 들어가면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와는 다른 아기자기하면서 숨겨진 유럽의 작은 정원에 들어온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벽돌 바닥에 지금은 화분으로 쓰이고 있는 파운틴, 그리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늘 입이 벌어질만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3월에 전시하였던 홍원표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 작품들이에요. 키스 헤링턴이 생각나며 유쾌한 선들이 만나 형태를 이루고 그 안에 이루고 있는 표정들을 보고있으면 매우 기분이 좋아집니다. 근데 실은 홍원표 작가는 동양화 전공인데 이런 작품이 나온다는 게 참 신기하지요. '바리바빠 (Barabapa)'라는 캐릭터로 작가님은 쾌활하고 활력 있는 작가 본인의 캐릭터를 생성하십니다. 자유로운 선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생동감과, 밝고 풍부한 색감으로 느낄 수 있는 유쾌함을 통해 홍원표 작가의 자유로움을 캔버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하위징아 (Johan Huizinga)가 명명한 "homo ludens"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근본을 나타내는 정의 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본성인 놀이는 그림, 노래, 술, 언어, 춤, 음악,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오늘날까지 발전해 왔습니다. '놀이 기호'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며 저마다 각기 다른 문화를 생성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유희의 방식은 '재미'와 서로 간의 '소통'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중과의 소통을 열망하였던 키스해링의 작업은 지금까지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통하며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처럼 홍원표 작가의 작품도 앞으로도 대중과 소통하며 바쁘게 창조적으로 놀고 즐기는 작품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작품 속 캐릭터의 이름은 바라바바입니다. 이 행복의 아이콘의 뜻은 "바라보다"와 "바람"이라는 뜻으로 "바쁘게 창조적으로 놀고 즐기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라이브 드로잉 (live drawing)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의 세계에서 작품을 그리게 되는데, 이때 종종 캐릭터가 창조되고, 이 캐릭터를 좀 더 고민하면서 "한가로운 토끼"와 같은 캐릭터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바라바빠"와 "한가로운 토끼"가 홍원표 작가의 주 캐릭터이며, 좀 더 고민 중인 돼지와 물고기가 있습니다. "한가로운 토끼" 같은 경우에는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유쾌한 상상을 하는 토끼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 감성을 자극하는 작가의 의도이기도 합니다. 또한 하늘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서 하늘이 배경이 되는 작품이 많으며, 그중 "돼지"라는 아직 이름이 붙여진 않은 캐릭터는 평생 하늘을 보지 않는 돼지를 작가의 작품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돼지로 구현하며 작품에서 생명력을 불어넣어 밝고 유쾌함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작가에게는 드로잉은 본능적인 배출과 같다고 표현합니다. 머릿속에 들어온 무언가를 그림으로 배출되어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만큼 작가에게는 예술의 형식과 재료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그저 그림을 그리며 작가의 상상의 근원에서 꿈과 희망을 배출하는 표현이라고 작가는 얘기합니다. 홍원표 작가는 특히 동양화 전공인데 불구하고 선과 선, 선과 면, 면과 면, 색채와 색채를 섞어 더 풍성하게 감각을 돋워 보는 이로 하여금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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