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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미르체아 텔레아 : 개와 늑대의 시간

by MJzzang 202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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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THEO에서 2024년 3월 23일부터 4월 21일까지 Mircea Teleaga / 미르체아 텔레아가 개인전 [개와 늑대의 시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사적인 컬렉션과 THEO가 진행하는 프라이빗 도슨트를 통해 다녀왔는데요. 저의 첫 루마니아 작가의 전시는 매우 신선했으며, 작가의 나라와 정치가 주는 영향, 그리고 많은 국가에서 레지던시를 했던 작가의 시선이 작품에 표현되는 방향 등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마르체아 텔레가는 루마니아 혁명이 일어난 해에 태어나 국가가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는 정치적인 요소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르체아 텔레가는 영국으로 이주해 런던에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의 슬레이드 스쿨오브 파인아트 (UCL, 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공부하였으며, 2016년에 졸업했습니다. 작가는 홍콩, 노르웨이, 한국 등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작품 세계를 더 확장하였으며, 특히 사라반드 리 알렉산더 맥퀸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으로 작품에서도 작가의 새로운 시점들과 소속감에 대한 개념을 다루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11점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은 큰 사이즈의 비정형 사이즈 캔버스로 평소 익숙했던 캔버스 사이즈가 아닌 부분에서부터 조금의 불안한 감정을 가지고 작품을 다가가게 하였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로 구상에 추상적인 요소를 작품에 녹여내며 풍경과 전이 공간의 특징인 유화 작업을 소개하였습니다. 전시 제목인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처럼 인간의 흔적을 담고 있는 여러 신비하고 기이한 풍경, 경계 그리고 유리 속의 테라리움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한국 드라마에서 소개된 제목이기도 한데, 해 뜰 녘과 해 질 녘의 시간대로 개와 늑대를 구분하기 힘든 시간대임을 의미하는데 다가오는 존재가 나에게 힘을 주는 개인건지 나를 해치는 늑대인 건지 개와 늑대를 구별할 수 없는 특정 시간대를 암시합니다. 이렇듯 작가의 작품에는 인적 없는 장소들을 드러내는 데에 있어해 질 녘이나 이른 새벽 같은 경계 시간의 빛을 선택한 듯합니다. 작품들 중 테라리움을 주제로 한 작업들은 우리 일상이 '자연'에 완충되고 있거나 거 어느 것도 영원하지 않음에 대한 사색이며, 자연과 인간의 비자발적인 동조 속에서 인위적인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작가는 경계의 시공간을 통해 외딴 세계의 윤관을 작품에 녹여내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이 전시에서 우리는 거친 자연이 가두어져 있는 풍경을 작품 속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유리나 투명한 용기에 자연 환경을 재현한 작은 정원을 테라리움이라고 봅니다. 작가는 회화적 공간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탐색하는 독특한 테라리움을 만들어 냈습니다. 작가의 작업은 실제 유리 수조나 테라리움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가장 개인적인 문제 의식과 관심이 함께 오랫동안 길러지고 자라나 독특한 생태계로 변화하는 과정을 전시하는 역할을 표현하였습니다. 작품에 묘사된 전이 공간의 세계 (Liminal worlds)는 축소되어 나타나오 보이는데, 그 안에는 주로 본질이 실용적인 사물로 가득한 것처럼 보여 때로는 밀실 공포증을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을 주기도 합니다.

드로잉까지 총 11점의 작품을 선보인 이번 전시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은 'Scape'(2024), 'The Begining of the hour' (2024), 'Interval' (2024), 그리고 'The Hour Between Dog and Wolf'(2024)입니다. 아무래도 프라이빗 도슨트에서 시작이 'Scape'으로 시작해서 그런 듯합니다. 작품 속 테라리움 속에 독특한 생태계를 표현하며, 동시에 랜덤한 잡동사니가 테라리움 속에 위치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내밀함과 산소가 부족한 이러한 공간으로 기후변화의 위험을 암시하고 동시에 점점 줄어드는 사적 공간의 결핍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작품에 묘사된 장소와 물체는 우리의 감각을 압도합니다. 특히 'Interval' 작품에서는 산 정상의 풍경은 안과 밖이 뒤바뀐 테라리움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데, 인간 존재의 흔적을 나타내는 실외기, 인공조명, 그리고 랜덤한 하늘에 떠있는 집 한 채들로 구성됩니다. 작품의 색감은 매우 오묘하면서 조화를 이루는데, 이런 색감과 공간의 구도는 영국의 우울한 날씨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한국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연구한 작품들로,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밝다는 것을 유추해 보았을 때 이번 한국에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작가에게 좀 더 밝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유추해 봅니다. 이렇듯 미르체아 텔레가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드러내고 다시 감추며, 불확실함과 그럴듯함을 강조하며 작가 본인의 색을 작품에 계속 확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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