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0일 부터 5월 18일까지 타데우스 로팍에서 진행하는 길버트와 조지의 뉴 노멀 유리트라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런던 소재의 길버트와 조지 센터 개관 1주년을 기념하며 개최하는 본 전시에서는 인간의 삶을 주제로 한 작가의 연작 "뉴 노멀 픽처스"(2020)과 "더 유리트라 포스트카드 픽처스"(2009)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늘 로팍에 가면 대형 캔버스에 대작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전시는 평상시 보았던 작품들보다 사진 또는 엽서를 모아 만든 작업들로 좀 더 흥미로웠어요.
길버트와 조지의 창조적 삶은 1967년 런던의 세인트 마틴 미술학교에서 학생으로 만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예술과 일상생활의 불가분ㄴ성은 1969년 '살아있는 조각'에서 초기부터 표현되었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나서야 대표작이 탄생하였는데요. 예술의 주체임과 동시에 객체였던 그들은 1971년에 "예술은 삶이며, 우리는 모두를 위한 예술을 창조한다"라고 선언하면서 그들의 집이면서 동시에 스튜디오 공간에서 예술 활동의 중심이되어 활동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회적 관습과 예술적 규범에 끊임없이 도전함으로써 그들의 예술은 영국과 더 넓은 세계의 현대 미술계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왔습니다. 길버트와 조지는 1970년부터 국제적으로 활동해 왔으며, 1986년 터너상,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여국관 작가였으며, 2007년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였습니다.
길버트와 조지는 1997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며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요, 이번 전시는 1967년부터 함께 걸어온 현대 세계의 거리를 작가의 고유한 시선으로 바라봄과 동시에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극이나 일상, 폭력, 그리고 불안정성에 기저한 모종의 통일성에 주목하는 전시라고 합니다.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는 신념 아래 세계를 구축해 온 길버트와 조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유하는 경험을 작품에 담음으로써 국경을 초월한 유대감을 형성하려고 합니다. 길버트와 조지는 이런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일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현실은 런던의 길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 일 년에 한 번 일몰을 보러 언덕에 오르더라도, 진짜 삶이 존재하는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저는 이 글이 주는 뜻이 참 좋았습니다. 현실이 존재하는 삶은 매일 매일 다림쥐 챗 바퀴 도는 삶인데, 일 년에 한 번 볼까 하는 순간에 큰 의미룰 주어서 현실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걸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영향은 주겠지만, 매일 매일에 일어나는 삶에서 더 의미를 부여한다면 삶이 더 윤택하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버트와 조지가 제시하는 6점의 "뉴 노멀 픽처스"를 따라가다 보면, 런던의 동부를 훑는 공상적인 순례길을 따라 오르게 됩니다. 과장되고 어딘가 비현실적인 색조가 대비가 두드러지는 대현 작품들은 런던 이스트 엔드의 스피탈필즈에 위치한 집에서 포착한 주변 환경을 담고 있습니다. 작품 속 이미지는 작가 특유의 격자 프레임 안에서 분할되고 어긋날 뿐만 아니라 종종 왜곡된 크기나 원금감로 표현되는데, 이는 미묘하게 기울어진 현실 세계를 재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이기도 합니다. 영국 소설가 마이클 브레이스웰은 길버트와 조지의 작품이 마치 '그들이 시간의 균열 사이로 비슷하지만 무언가 낯선 곳으로, 혹은 정상인듯 정상이 아닌 왜곡되었거나 버려진 곳으로 건너간 느낌'이라고 설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런던의 공원, 버스정류장, 묘지, 작가의 집은 일상의 쓰레기나 잔재물을 마주하며 느끼는 긴장감이나 불안정한 상태 속의 자신들을 묘사하는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더 유리트라 포스트카드 픽처스"에서 상업적으로 제작된 인쇄물을 재사용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데요. 작가가 화면 안에 위치하지 않는 보기 드문 작업군 중에 하나인 "더 유리트라 포스트카드 픽처스"는 엽서나 공중전화 카드, 각종 전단지 등에 나타나는 단편적인 삶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각 작품은 총 13개의 카드로 구성되어 가로 혹은 세로 직사각형 형태로 배열되는데, 특히 화면 중앙에 배치된 13번째 카드는 해부학적으로 남성의 요도와 가장 근사한 곳에 위치하도록 의도하였습니다. 1972년에 처음으로 엽서를 활용하기 시작한 작가는 발견된 오브제를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도입하며 작품 세계를 견고히 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작가는 '포스트카드 픽처스는 우리가 믿는 자동화의 일종이다. 형태를 결정하기만 하면, 예를 들어 중앙에 있는 워 형태를 하기로 결정하고 대상을 찾고 나면, 그들은 스스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잇는 8점의 엽서 작품은 런던 유명 관광지와 영국 국기의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국가 정체성과 문화 교류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일련의 작품에서 현대의 삶과 예술 제작을 대하는 작가 특유의 반항적인 태도가 계속 드러나는건데요. 주로 사랑하는 이에게 여행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사용되는 엽서는 국격을 넘는 것을 전제로 디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길버트는 '누구든 엽서와 관련된 감정적인 순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화와 마찬가지로.'라고 덧붙였습니다.
영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던 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런던에서 고안되고 제작된 엽서 작품들을 보며, 제 두번째 고향과 같은 런던과 저의 진짜 고향인 서울을 연결하는 연결고리로 마주하며 더 특별한 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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