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산책
김민주는 동양화 작가로서 '어락도(2007)', '어락원(2009)', '흥얼흥얼(2011)', '어초문답(2012)' 등의 작품을 통해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독특한 공간을 그려왔다. 각 전시마다 작가가 선택하는 전시 제목들은 소설이나 시처럼 특정한 '심경'을 암시하는 단어들로 채워져 있으며, 이상적인 무릉도원과 현실의 공간이 상호 융합되어 있다. 2년 전의 '어초문답'에서는 전통적인 주제를 통해 나무꾼과 어부의 대화를 다뤘고, 최근에는 이와 같은 변화를 느리게 숲을 산책하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작품 속 여성은 산책자이자 사색가로, '게으름'은 사색에 빠진 생각의 행위를 의미한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여정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산책과 걷기의 슬로 모션 공간을 형성한다. 신작에서 등장하는 작은 모티프들은 생각의 여정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며, 그동안의 작업들과는 다른 특별한 언어로 표현되고 있다.
사유의 숲
'사유의 숲'은 조용한 숲의 정적인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절제된 색채를 사용한다. 김민주의 전통적인 색채와 구성 방식은 그대로 살아나지만, 이번에는 채색을 최소화하여 여백을 높였다. 이 여백은 사색의 공간으로 이해되며, 아직 채워지지 않은 생각의 공간으로 표현된다. 여성은 노동에서 잠시 벗어나 숲 속에서 휴식하며, 책이나 과일 따기와 같은 일상적인 행위를 담고 있다. 먼 곳에 위치한 그네와 의자는 미존재 상태에서 생각에 잠기기 좋은 숲의 여유로운 산책 공간을 상징한다. '사유의 숲'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생산적인 공간을 형성하며, 김민주의 작업 중 새로운 표현 양식을 나타낸다.
숲을 그린 까닭
'숲을 그린 까닭'에서는 나무와 과일로 이뤄진 무성한 숲이 등장한다. 여성은 여행용 트렁크를 가지고 숲을 산책하는 여행자로 표현되며, 도시에서 벗어나 천천히 세상의 변화를 경험한다. 이는 샤를 보들레르의 산책과는 달리 도시 생활과는 거리를 두고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작가는 동양화의 전통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 사회와 동시대의 문화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특히, '숲을 그린 까닭'과 '사유의 숲'에서 나타나는 나무와 과일과 같은 모티프는 반복과 역설을 통해 사유의 과정을 표현하고, 추상적인 생각들을 비워내는 작업을 보여준다.
김민주의 사색풍경화
김민주는 최근 작업에 대해 '사실적인 묘사가 아닌 내면의 나무와 사물, 형상들로 표현하여 본인의 심리, 심경을 비유하는 사유 공간'을 그린다고 설명한다. '사색풍경화'는 생각의 풍경화로, 생각들은 물의 모양을 띠고 숲을 형성하며, 몸, 의자, 사다리로 나타난다. 완결된 스토리가 아니라도 작가는 천천히 풍경의 여정을 따라가며 상황을 반추하고 상상한다. 이 작업은 김민주의 내면을 드러내는 마음의 그림이며, 관람자들은 작품 속 숲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상할 수 있다. 나무와 책상은 지적인 노동을 상징하며, 먹과 채색을 활용한 김민주의 작업은 전통이나 과거에 구속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반영하고 있다. 동양화의 정서를 기반으로 하되, 동시대 문화와 연계하여 현대적인 사유의 풍경화를 제시하고 있다. 김민주의 작품들은 동양화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과 매체를 통해 현재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게으른 산책'과 '사유의 숲'은 그의 작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언어로 사유와 여정의 풍경화를 제시하고 있다. 게으름과 숲은 역설적이면서도 깊은 사유의 현장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들로 평가된다.
김민주의 작품 특징과 의미
김민주의 작품에서 동양화의 전통은 존중되지만, 그는 단순한 과거의 반영이 아니라 현대적인 사유와 감정을 포용한다. 작가는 '게으른 산책'에서 산책자의 '게으름'을 통해 빠른 일상의 리듬과는 달리 천천히 생각하고 사색하는 행위를 강조한다. 여성 산책자는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숲 속에서 생각에 잠기며, 작품의 특징인 나무와 과일은 생각의 여정을 반영한다. '사유의 숲'에서는 색채의 절제와 여백을 통해 생각의 공간을 강조한다. 작가는 노동에서 해방된 여성을 통해 숲에서의 휴식과 생각의 소중함을 드러낸다. 의자, 책상, 그네는 미존재 상태에서 나타나지만, 여유로운 산책의 순간을 상징하며, 느리지만 생각에 풍부한 숲의 시간을 형상화한다. '숲을 그린 까닭'에서는 여성 산책자가 도시에서 벗어나 여행하듯 숲을 거닐면서 세상의 빠른 변화를 천천히 경험한다. 나무와 과일은 특정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추상적으로 표현되어 사유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동양화의 전통과 현대적인 개념을 결합하며, 예술을 통한 개인적 사유와 시간의 흐름을 다룬다. '김민주의 사색풍경화'에서는 작가의 마음과 생각을 나타내는 풍경화로 특징지어진다. 나무와 물, 몸 등의 형상은 생각의 흐름을 상징하며, 사유와 상상을 중시한다. 나무와 책상은 지적인 노동을 의미하고, 물의 모양을 한 생각들은 숲을 형성하며 깊은 사유의 풍경을 완성한다. 이렇듯 김민주의 작품은 현대적이면서도 동양화의 전통과 소통하며, 게으름과 숲을 통해 생각의 행위와 여유로움의 가치를 강조한다. 숲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사유의 현장으로, 작가는 여기서 무한한 상상과 생각의 풍경을 창조한다. 작가의 작업은 관객에게 동양화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삶의 소중함과 여유로움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다.
'AR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영 : 앵무새의 숲 - 현대 사회를 풍자하는 전시회 속으로 (0) | 2024.01.25 |
---|---|
김선우 : 도도새의 날개로 떠나는 여행 (0) | 2024.01.25 |
김택상 : 빛과 색채 예술 (0) | 2024.01.24 |
[무료전시-후기] 청담 갤러리 나우 : 창남 - LAMESIS (0) | 2024.01.23 |
예술과 문화란? (0) | 2023.03.15 |